외롭고 불안하고 지치고 지긋지긋하다.
연인에게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거야.
친구에게라면 할 수 있겠지만, 결코 달라지는 건 없겠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지친다. 지겹다. 간절히 하고 싶은 것도, 반드시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것을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이 젊은 나이에 벌써, 그것 참 웃기게도.
내 앞에 펼쳐진 지금보다 지겨운 생. 간절히 하고 싶은 것도, 반드시 되고 싶은 것도 없는 나는, 언제까지나 '해야만 하는 것'이나 '남들이 해주길 바라는 것'을 꾸역꾸역 해나가며, 생을 견뎌나가게 되는 걸까.
그것을 잊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음악을 듣는다. 픽션의 세계를 유영한다.
지극히 즉물적인 위로. 이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